AI가 코드를 다 써줬는데, 왜 네 번이나 다시 했을까요?
AI로 회사 시스템 하나를 만들어 납품했습니다. 코드는 AI가 썼는데 5개월이 걸렸고, 데이터 이관은 네 번 다시 했습니다. 막힌 자리가 어디였는지 적었습니다.
요즘 "AI로 하루 만에 앱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장난이 아니라 실제로 돈 받는 일에 써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코드는 정말 AI가 거의 다 썼습니다. 그런데 5개월이 걸렸고, 한 부분은 네 번 다시 만들었습니다.
무엇을 만들었나
전국에 매장을 둔 한 유통업체(A사)의 사내 통합 시스템입니다. 발주·생산·재고·판매·정산을 한 곳에서 보는 프로그램이고, 매장 계산대에서도 같은 시스템을 씁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 만든 기간 5개월
- 고친 횟수 1,148번
- 코드 85,067줄, 화면 31개
- 옮겨야 할 옛 데이터 8년치 66,094줄
AI가 잘한 것
솔직히 말하면 많습니다. 화면 만들기, 표 그리기, 데이터를 꺼내 오는 코드, 권한별로 메뉴 가리기. 이런 건 말로 설명하면 거의 바로 나왔습니다.
혼자서 다섯 달에 이만한 걸 만드는 건 예전 같으면 못 했습니다. 이건 인정하고 갑니다.
네 번 다시 만든 곳
문제는 다른 데서 났습니다. 8년치 옛 데이터를 새 시스템으로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한 번 넣고, 틀린 걸 발견하고, 전부 지우고 다시 넣었습니다. 그걸 네 번 했습니다.
왜 틀렸나 — 옮길 데이터에 「고객」이 없었습니다
AI가 코드를 못 써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회사가 쓰던 예전 프로그램에는 고객 목록이라는 게 아예 없었습니다. 판매 장부만 있었습니다. 한 줄에 언제 누가 무엇을 얼마에 샀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열 번 사면 열 줄이 남고요. 그 열 줄이 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 주는 번호가 없습니다.
새 시스템에는 고객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람이 예전에 뭘 샀는지 보려면 사람이 먼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니 이건 옮기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없던 걸 만들어 내는 일이었습니다. 장부 66,094줄에서 사람 12,393명을 뽑아내야 했습니다.
그다음부터가 더 문제였습니다
하나. 같은 사람이 이름을 제각각으로 남겨 놨습니다. 「홍길동」, 「홍길동 상호」, 「홍길동(메모)」. 이름으로 사람을 세면 한 명이 세 명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을 세는 기준을 이름이 아니라 전화번호로 바꿨습니다.
둘. 전화번호가 없는 줄이 16,649개 있었습니다. 잘못 들어간 건 줄 알고 버릴 뻔했는데, 매장에서 그냥 사 간 손님이었습니다. 고객으로 등록할 수는 없지만 매출에서 빼면 안 되는 줄입니다.
셋. 매장을 가리키는 코드가 파일마다 달랐습니다. 같은 코드가 이 파일에서는 본사인데 저 파일에서는 다른 매장이었습니다.
기준을 한 번 잘못 잡으면 12,393명이 통째로 틀어집니다. 그래서 넣고, 확인하고, 지우고, 다시 넣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AI한테 "고객 목록 만들어 줘"라고 하면 코드는 나옵니다. 그런데 고객을 뭘로 세는지는 사람이 알려줘야 합니다. 이름인지 전화번호인지, 번호가 없는 사람은 고객으로 볼 건지 말 건지.
그걸 정하는 게 일의 절반이었습니다. 코드를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현장을 모르면 못 하는 일입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학원 이야기로 끌고 가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다섯 달 하면서 확실해진 게 하나 있습니다.
코드를 쓰는 일은 값이 내려가고, 무엇을 시킬지 정하는 일은 값이 그대로입니다.
그러니 아이한테 가르칠 것도 문법 외우기가 아닙니다. 지금 뭐가 문제인지 말로 정리해 보고, 뭐부터 풀지 정해 보고, 나온 답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경험입니다.
하지 마셔야 할 것
"그러니 AI부터 빨리 배우게 하자"로 가지 마십시오. 도구를 먼저 잡은 아이가 앞서는 게 아닙니다. 제가 다섯 달 동안 막힌 자리는 도구를 몰라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코딩은 이제 필요 없다"도 아닙니다. AI가 쓴 코드가 틀렸을 때 어디가 틀렸는지 알아본 건, 결국 코드를 읽을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둘 다 필요하고, 순서가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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